중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로,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2019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블록체인은 핵심 기술 혁신을 이끌 돌파구”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중국 정부는 전국적으로 이 기술을 적극 육성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지방 정부 주도로 조성된 산업 클러스터나, 국가 차원에서 구축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네트워크(BSN)는 이러한 국가적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같은 맥락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전혀 상반됩니다. ICO를 전면 금지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며, 채굴 산업에도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등 그 단속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만큼 엄격합니다. 이는 중국이 암호화폐를 체제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로 판단하고 있음을 반영합니다. 이처럼 한편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전략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암호화폐를 철저히 통제하는 중국의 이중적 정책은 국제 사회와 투자자들, 그리고 기술 개발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중국 정부가 어떻게 이러한 상반된 두 가지 방향성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지, 그 배경과 내면의 의도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술 혁신인가, 통제 수단인가? – 중국의 블록체인 전략에 숨겨진 진의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기술 혁신을 위한 미래지향적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보다 정교한 사회 통제 메커니즘으로서의 가능성이 짙게 드러납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특성을 오히려 ‘중앙 통제의 새로운 도구’로 재구성하고 있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민간 주도의 분산 시스템보다는, 국가가 설계하고 관리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체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통제하려는 방식에서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망(BSN, Blockchain-based Service Network)’을 들 수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단순히 기업이나 개발자에게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허용한 특정 프로토콜만이 운영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자유도를 제한합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각종 데이터를 투명하게 추적하면서도, 정보 흐름을 통제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변조 불가’ 특성은 당국 입장에서는 훌륭한 기록 관리 수단이며, 결과적으로는 감시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중국이 추진하는 디지털 위안화(CBDC) 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의 유통을 블록체인 방식으로 설계하면서도, 그 운영은 철저히 중앙에서 관리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디지털 위안화는 구조상 사용자의 익명성이 거의 보장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정부는 이를 통해 개인의 소비 패턴, 자산 흐름, 거래 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경제의 디지털화는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통제력이 강화된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존재합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본래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됩니다.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을 통해 효율성, 보안성, 그리고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 구현 방식은 매우 중앙집중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채택하는 수준을 넘어, ‘통제 가능한 디지털 질서’를 구축하려는 국가적 프로젝트의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블록체인 육성 전략은 혁신과 통제가 교묘하게 뒤섞인 혼합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세계 시장을 향해 기술 경쟁력을 내세우지만, 내부적으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디지털 인프라로 활용되는 이중적 면모를 보입니다.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은 단순한 산업 발전을 넘어, 체제 유지와 사회 안정이라는 더 큰 틀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왜 암호화폐는 안 되는가? –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강경 대응의 실체
중국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적으로 장려하면서도,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매우 단호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경제적 판단을 넘어, 체제의 안정성과 정치적 통제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금융 질서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디지털 자산이 중국 정부의 통제력에 근본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가장 큰 특징은 탈중앙화입니다. 이는 정부나 특정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거래를 유지하고 기록하는 구조로, 본질적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의 권위와 감시 체계를 우회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이러한 구조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매우 불편한 개념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암호화폐가 광범위하게 유통되면, 자본이 국가의 허가 없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고, 개인의 자산 이동이 정부의 감시망 밖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이는 곧 국가 주도의 금융 통제 체계에 큰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입니다. 특히 중국은 자본 유출에 매우 민감한 국가입니다. 암호화폐는 익명성과 국경 없는 특성으로 인해, 부유층이나 기업들이 자산을 해외로 은밀히 이동시키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차단하고, 채굴 행위까지도 전면 금지하는 등 강경한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경제 안정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본 흐름을 중앙에서 완벽히 제어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사회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경제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에 집중해 왔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높은 변동성과 투기성으로 인해 일반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사회적 불만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정부는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금융 규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암호화폐를 배제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CBDC)는 암호화폐를 배제하려는 국가 전략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이 디지털 화폐는 정부 주도 아래 발행되고 철저히 관리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민간에서 개발된 암호화폐의 필요성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기본 입장은 분명합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긍정적으로 수용하되, 그 위에서 작동하는 통화 체계는 반드시 국가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중국의 강경 대응은 기술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불러올 수 있는 ‘통제의 붕괴’에 대한 철저한 경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블록체인의 혁신성은 높이 평가하되, 그로 인해 국가의 지배력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이중적인 전략은 중국식 디지털 거버넌스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책은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은 국가가 허용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만을 중심으로 금융 디지털화를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양손 전략의 함정 – 중국식 블록체인 정책의 국제적 파장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한편,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제하는 이중적인 정책 방향은 국제 사회에서 적지 않은 의문과 긴장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상반된 듯한 이 접근은, 기술 개발을 장려하면서도 디지털 자산에 대한 통제를 놓지 않겠다는 복합적인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중국 특유의 전략은 단순한 내부 정책을 넘어, 전 세계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에 점점 더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디지털 경제에서 기술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전략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목표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결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보유한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 당국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행정 효율성, 물류 추적, 스마트 계약, 공공 데이터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실제로 적용되는 범위는 정부의 철저한 관리 하에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으로 꼽힙니다. 이와 달리 암호화폐는 통제 밖의 요소로 간주되며, 그 어떤 기술적 가능성이나 산업적 가치는 무시된 채, 규제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이는 해외의 많은 개발자와 투자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줍니다.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에는 협력할 수 있지만, 그 위에 올라선 자유로운 디지털 자산 경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직된 정책은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제약을 가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자본은 중국과의 협업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 내 기술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정책 이중성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불신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본래 지향하는 분산화, 개방성, 투명성의 가치가 정부 주도의 폐쇄적인 정책 아래서 왜곡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디지털 거버넌스를 구축 중인 국가들은 중국식 모델을 참고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인식하게 됩니다. 기술은 진보하고 있지만, 동시에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중성을 경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기술 표준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국제 표준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제 기구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극단적인 규제가 계속되는 한, 중국의 주장이 글로벌 표준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기술은 개방성과 확장성이 핵심인데, 폐쇄적이고 통제 중심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양손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국가 통제력 강화와 기술 주권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협력의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는 잠재적 함정을 안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전 세계가 함께 설계하고 만들어가야 할 미래 기술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방향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제 질서와 기술 패권 경쟁의 미묘한 균형을 흔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